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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y 1] 삼성전자를 나와 면도날을 파고든 이유

7월 9, 2026VIEWS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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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 전문가가 전하는 최초공개 면도꿀팁
[Behind Story 1] 삼성전자를 나와 면도날을 파고든 이유

“아, 이거 나만 짜증 나는 게 아니었구나”

숱이 적은 내시 수염도, 숱 많은 산적 수염도 면도가 귀찮고 번거로운 건 똑같더라고요
숱이 적은 내시 수염도, 숱 많은 산적 수염도 면도가 귀찮고 번거로운 건 똑같더라고요

매일 아침 하는 면도가 아프고 불편했어요. 이 모든 게 결국 면도날 세척 문제였다는 걸 그땐 몰랐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왜 면도를 이렇게 해야 하지?”를 아무도 진지하게 묻지 않더라고요. 팀원들과 얘기해 보니 다들 면도 후 트러블, 금방 떨어지는 면도감에 불만이 있었어요. 그런데 각자 이유는 달랐고, 인터넷엔 출처 없는 ‘카더라’만 가득했죠. “왜 새 날로 면도하는 느낌이 1주일도 안 갈까?” 이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비튜드를 만든 블랙패럿은 삼성전자 사내벤처에서 출발했어요. 사내 250여 개 팀 중 1등으로 뽑혔는데, 사실 처음엔 머리 드라이기를 만들고 있었죠. 삼성에서 억대 연봉 받던 엔지니어들이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왔나 싶지만요.

그러다 회의실에서 서로 얼굴을 봤는데 다들 수염이 영 지저분한 거예요. 매일 수십에서 수백 명을 만나야 하는 회사에서 저희들만 있는 환경이 되니 외모도 그만큼 덜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덥수룩한 이유가 저마다 달랐습니다.

한 명은 “난 따끔거리는 게 너무 싫었고, 늘 피부가 안 좋았어”라고 했어요. 또 한 명은 “고등학교 때부터 하관만 가리면 동안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수염 자국이 스트레스였다”고 했죠. 그 친구는 자국을 없애려 자꾸 피부를 눌러 면도했고, 자기도 모르게 피부 장벽을 헤치고 있었어요.

누구는 매일 면도해야 하고, 누구는 트러블이 있고, 누구는 피부가 약하고. 각자 다른 이유로 면도를 제대로 못 하고 있었어요. ‘어, 면도 이거 뭔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의문이 레이저베이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면도를 잘한다고 갑자기 잘생겨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피부를 해치지 않고, 트러블 없이 단정하게만 되면 되는데 그 ‘면도라는 행위’ 자체를 바꿔 보고 싶었어요.

나노 단위 공정을 설계하던 사람들이다 보니, 고작 털을 미는 데 강철 면도날의 면도감이 이렇게 쉽게 떨어진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래서 면도에 관한 거의 모든 연구를 탐독했고, 12개월 넘게 매일 현미경을 들여다봤어요.

왜 아무도 면도에 만족하지 못할까요?

파고들수록 문제가 너무 많았어요. 바버샵에서 받는 ‘제대로 된 면도’의 감각을 집으로 가져오는 데는 여전히 실패한 느낌이었거든요. 실제로 한 조사(Henson Shaving)에선 면도 후 자극을 한 번도 안 겪는 사람이 12%뿐이고, 약 3명 중 2명(67%)은 아예 자극을 예상하고 면도한다고 해요.

특히 한국은 더했습니다. 미국은 어느 정도 수염(stubble)을 두는 문화가 있지만, 한국은 사회생활을 하려면 깔끔하게 미는 게 거의 정석이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은 면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에 달리는 댓글 중에도 수염 제모를 추천하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50년간, 왜 제대로 된 세척법이 없었을까요?

다중날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 매일 하는 일인데 제대로 된 세척법 하나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날을 자주 갈아야 돈이 되는 구조에선, 세척을 연구할 이유가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다중날이라는 혁신이 만든 수익 구조가, 역설적으로 그다음 혁신을 멈춰 세운 거죠.

현미경으로 확인한 면도날 상태, 이거 진짜예요?

2020년 MIT에서 발표한 면도날 손상 메커니즘 영상. 이 논문이 레이저베이스 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500배 확대해 본 면도 잔여물, 물로만 세척한 3개월 된 면도날입니다
500배 확대해 본 면도 잔여물. 물로만 세척한 3개월 된 면도날입니다.
25배 확대, 면도날에 들러붙은 유분과 잔여물
25배 확대. 면도날에 들러붙은 유분과 잔여물.

MIT 연구가 밝힌 핵심은 두 가지였어요.

  1. 잘 불리지 않은 수염은 생각보다 엄청 단단합니다.
  2. 날이 잘못된 접촉각으로 닿으면 국소적으로 큰 힘을 받아 손상됩니다.

그리고 저희 연구에 따르면 그 ‘잘못된 접촉각’을 만드는 가장 큰 범인이 바로 면도 후 날에 코팅되듯 들러붙는 잔여물이었어요.

물로만 3개월 세척한 면도날 클로즈업, 잔여물이 낀 상태
물로만 3개월 세척한 면도날 클로즈업. 상당하죠?

문제는, 이 잔여물이 물로는 안 씻긴다는 겁니다. 테이프를 자른 가위에 끈끈이가 남으면 종이도 잘 안 잘리듯, 면도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다 떠오른 반도체 공정의 초음파 세척

날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날 사이사이까지 씻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반도체 공정에서 매 스텝 쓰던 초음파 세척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프로토타입만 150개를 넘게 만들어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현미경과 면도날 세척기 프로토타입들
현미경과 프로토타입들.

이 글에 대하여

이 글은 곁에 두는 것 만으로 습관이 되는 도구를 만드는 아비튜드에서 작성했습니다. 아비튜드에서 출시한 레이저베이스(razorvase)는 초음파 세척 방식으로 면도날의 절삭력을 오래 유지해 주는 제품을 만듭니다.

본문의 면도날 손상·잔여물 관련 내용은 2020년 MIT의 면도날 손상 메커니즘 연구와 Henson Shaving의 면도 자극 관련 조사, 그리고 아비튜드 팀이 12개월간 진행한 현미경 관찰·자체 실험을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면도 후 자극이나 트러블이 지속되거나 피부가 예민하다면 무리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좀 더 자세한 연구와 증거는 브랜드 스토리 페이지에 정리돼 있어요 → 초음파 세척기를 만든 이유

다음 편: [Behind Story 2] 150번의 실패, 혓바닥 클리너에서 찾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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